샷온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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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수기] 샷온 - 그 슬픈 세레나데 [3]
- 작성자
-
해피금란
- 등록일
- 2013-09-01 21:58:56
- IP
- 27.119.**.70
- 조회수
- 662
공직에 있는 남편이 몇년간의 지방근무를 마치고 서울인근으로 발령받자 우리는 또 다시 서울로 이사했다. 이사하던 날 종일 눈이 펑펑 내려 애도 많이 먹었지만 이사하는 날
눈이 오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이삿짐 센터 직원들의 말을 들으며 내심 대학다니는 아이들이 무사히 학업을 마치고 자기가 원하는 세상으로 훨훨 날개를 펴고 날아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하면서 힘들게 이사를 마쳤다. 짜장면으로 저녁을 떼우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란아! 이사 잘했니? 애썼지?\" 절친 영미였다.
사실 이사오면서 영미랑 자주 만날 수 있게 된 게 나에겐 무엇보다도 큰 기쁨이었다.
영미랑은 복잡다단하게 얽힌 사이다. 우린 지방외고 같은 반 출신이자 대학도 같은 과 동창생이다. 성격이 조용하고 낯가림이 심한 새침떼기형인 나에 비해 영미는 시원스럽고 활달했다. 이런 성격차이에도 불구하고 우린 웬지 죽이 잘 맞았다. 영미오빠와 남편도 같은 대학 법대를 다니는 친구사이였는데 영미오빠가 남편을 소개해준 장본인이다. 이런저런 연유로 우린 한가족이나 다름없는 사이였다.
2009년 봄과 여름...
추위가 채 가시기도 전인 3월초 영미와 그리고 영미오빠, 남편 그렇게 마이다스 벨리로 새해 첫 란딩을 나갔다. 영미는 미혼이다. 독일유학때 음악하던 남자와의 불같은 사랑과 쓰디쓴 이별(사연을 얘기하자면 며칠 걸린다)이후로 결혼은 남의 일이 됐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짝을 맞춰 자주 란딩을 했다. 영미네 집은 워낙 부자라 영미오빠는 마이다스 이외에도 남촌, 비발디 등 다른 클럽 회원권도 몇개 가지고 있었지만 우린 유독 마이다스를 즐겨 찾았다. 그건 오가는 길이 좋았기 때문이다. 북한강을 따라 가평까지 여유로은 드라이브를 즐길 수도 있었고 시원한 강바람과 강변의 이쁜 카페들.. 이런 것들이 우리 마음을 붙잡았다. 란딩때면 종종 남자대 여자로 편을 먹고 시합을 하기도 했는데 거의 우리가 이겼다. 대개 두 남자는 폼만 잡고 거리에만 신경쓰는등 허세만 부리기 일쑤인데 우리는 또박또박이지만 비교적 샷이 정확하고 스코어 관리를 하기 때문이었다. 시합에
이기는 날이면 우린 완전히 공주가 된다. 귀가할때까지 모든 일정을 두 남자가 시종처럼 봉사했다.(물로 기꺼히 웃으면서...)그렇게 몇 차레의 란딩을 하면서 우리는 아름다운 봄과 여름을 보냈다.
2009년 가을과 겨울
며칠간 영미한테서 연락이 뜸했다. 우리사이엔 전업주부인 내가 살림산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적극적인 성격의 영미가 주로 먼저 전화를 하는 편이었다. 남편 출근시키고 애들도 다 학교간후 아침 설거지를 하면서 \'마치고 전화해봐야겠다\'하고 하는 차에 팬드펀이 울렸다.
\'어 오빠네\'
\"란아!...\"
\"응 오빠\" 그러고는 오빠는 한 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웬지 모를 불길함이 해일처럼 덮쳐왔다.
\"란아! 미야가 입원했어\"
\"왜? 어디가 아파서? 많이 아파? 어디야?\" 말이 순서없이 뒤엉켰다.
\" 위암일 거 같단다...\"
헉! 숨이 막혔다. 겨우 일주일 조금 넘게 안봤을 뿐인데...어떻게 이런 일이...
잠시 후 아파트 주차장을 시커먼 연기를 뿜으며 빠져나오면서 휑한 머릿속에서 한두달전 란딩중에 영미가 하던 말이 떠올랐다.
\"요즘 가끔 아침에 일어나면 속이 쓰리네. 술도 별로 안먹는데...아예 끊어야 되려나...\"
위암 3기였다. 병은 산이 무너지듯 갑자기 한 순간에 온다더니... 나는 독일에서의 그 치명적 사랑이 병을 잉태했다고 생각했다. \'불쌍한 가시내...\'
창밖에 단풍이 들기 사작하던 시월중순께 영미는 위전절제수술을 받았다. 나는 두 계절을
집과 병원을 오가면서 영미와 함께했다.
어느 날
\"영미야 오늘은 좀 어때?\"
\"야 나 개안아 많이 좋아진 거 같에...\" 영미는 언제나 처럼 씩씩하게 말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그 말에서 배어나오는 쓸쓸함과 두려움을 알아챌 수 있었다.
\"오늘 내가 잼있는거 갈켜줄게\" 그즈음 난 남편한테서 샷온을 배우고 있었는데 투병중인
영미에게 소일거리로 갈켜주기로 맘을 먹었던 것이었다.
골프를 워낙 좋아했던 영미는 비록 컴퓨터 갬이지만 좋아라했고 또한 쉬이 적응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같이 샷온을 하면서(물론 힘들어 한번에 기껏해야 한시간 정도밖에 못했지만)병을 이겨내려고 안간 힘을 썼다. 그 시간 만큼은 영미도 참으로 행복해 보였다. 특히나 마이다스 밸리에서 우리는 추억을 곱씹어며 란딩했다.
강하고 대담한 샷이 요구되는 프로메테우스홀, 후반 첫 홀인 가이아, 주변경치가 유난히도 아름다웠던 헤라와 비너스, 그 중에서 영미는 17번홀인 큐피터를 제일 좋아했다.
아폴로의 가슴에 큐피터를 쏘아서 다프네와의 비극적 사랑을 하게한...
그리고 클럽하우스내 암브로시아(신들을 영생하게하는 신비의 음식인데 지금은 아템이름이 되었다)에서 한우등심 로스편채와 함께 마시던 샤또 루디에를 얘기했다.
2010년 봄
영미가 떠났다. 아픈지 겨우 6개월만에...
나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안다. 나이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 국내 최고의 의사가 집도한데다 예후도 좋다 했었는데 ...위암 3기는 평균생존율이 거의 50% 된다던데...
그러나 영미는 떠났다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을 남겨두고...
\'나쁜 가시내\' 영미의 영혼은 낙동강변에 뿌려졌다. 영미의 뜻대로...거기는 젊었을 적
그 지독했던 사랑의 흔적이 남아있던 곳이었다. 그건 나말고는 아무도 모른다. 심지어 오빠마저도...
영미를 보내고 돌아와서 영미 방을 치우는데 컴퓨터 화면이 깜박거리고 있었다. 화면보호기를 지우자 마이다스 밸리가 나타났다. \' 아! 마이다스의 손이 있어 영미를 지켜주었다면...\'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져 내렸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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